담안편지(874) - 겨우 월간새벽기도만 묵상하는 게 다예요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저는 외통(외부통근) 작업자로 왔습니다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외통 숙소는 교도소 담 너머에 있고
작업장은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민간 기업 공장이에요
개방처우로서 정해진 공간내에서 자유로이(?) 다닐 수 있고
24시간 tv 시청 가능하고 침대 생활을 하면서
누워 있다고 해서 '일어나세요'라는 말 안 듣고 등등...
대신 저희가 돌아가면서 밤 늦게 불침번을 맡아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저희들끼리 만든 규칙들이 하도 많아서 2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익숙해졌어요
처음에는 배식 당번에 화장실 청소에 작업장 적응에 정신없이 지냈고요
지난 여름에는 6년 만에 느껴보는 최고 더위에
옛날 건물이라 옥상에서 여과없이 내려오는 복사열에
휴식 시간에도 책 한 장 못 넘기고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었어요
이젠 많이 선선해지고 좀 잘 챙겨 먹으니 기운이 나서 펜을 듭니다
아 저희 방에 모두 3명이 있는데 그중에 000이란 분이
월새기에서 편지를 받아 본 친구라 하여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하나님을 알아가는 친구라 대화가 잘 통하고
서로 자극을 주는 관계로 감사히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 한 장도 못 읽고 겨우 월새기만 묵상하는 게 다예요
이렇게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신앙생활 루틴이 망가지는데
밖에 나가면 장난 아닌 전쟁이겠다 싶어요
영적 전쟁에서 지면 안되는데...저는 전적이 있잖아요ㅠㅠ
나가더라도 문제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어서
나가는 데 썩 반갑지만은 않은 것을 내색하지 못하는 마음이 큽니다
모쪼록 하나씩 하나씩 현명하게 처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하나님의 기준으로 하나님이 '잘했다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
흐뭇해 하실 수 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제가 됐으면 합니다
그동안 지켜 주시고 보호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월새기 만드시는 모든 분께도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주일 아침 000 올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