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화기에 ‘사랑의 원자탄’을 터뜨린 한 선교사가 있었다. 캐나다 선교사 맥켄지(W. J. Mackenzie)다. 1894년, 맥켄지는 황해도 솔내에서 조선인처럼 살고 있었다. 그는 어렵게 사는 조선 친구들을 두고 혼자 호강할 수 없다고 해서 화려한 집을 포기하고 오두막집에서 살았고, 좋은 서양 음식도 포기하고 조선 음식을 먹으며 살았다. 우정이 무엇인가? 나의 감정과 필요에는 둔감하고 타인의 감정과 필요에는 예민한 것! 그것이 바로 우정이다.
한번은 서울에 살던 언더우드의 부인인 릴리아스 홀톤(L. Horton) 여사가 성탄절에 빵, 케이크, 과일 캔, 차, 우유, 설탕 등을 맥켄지에게 보냈다. 그러나 맥켄지는 그 음식을 한번 입에 대면 다시는 조선 밥을 먹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는 하나도 취하지 않고 다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영양 부족에 시달리며 점차 허약해져 갔다. 우정이 무엇인가? 무수한 잎새 속에는 실체가 없고 몇 개의 열매 속에 실체가 담긴 것! 그것이 바로 우정이다.
조선 겨레와 함께 가난에 시달리며 사랑을 실천하는 서양인의 우정으로 동네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의 설교가 필요 없었다. 맥켄지의 인정이 넘치는 삶과 비쩍 마른 그의 얼굴에 나타난 따뜻한 미소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 진짜 설교였다. 우정이 무엇인가? 인정이 많은 사람이 가진 것으로서, 인정이 많기에 인정이 없는 사람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한 것! 그것이 바로 우정이다.
1895년은 동학군이 “조선은 조선인이!”란 구호로 큰 힘을 발휘한 해였다. 어느 날, 동학군이 맥켄지가 사는 마을을 공격할 것이란 소문이 들렸다. 그러자 맥켄지는 자기 총을 꺼내 부숴버렸다. 그 소문을 듣고 동학군은 “만일 그가 그런 마음으로 산다면 그를 공격하는 것은 무익하고 나쁜 일이다.”고 판단한 후 퇴각했다. 결국 그가 살던 솔내는 황해도에서 유일하게 동학군의 공격을 받지 않은 곳이 되었다. 우정이 무엇인가? 약한 사람은 믿음으로 강하게 만들고 강한 사람은 사랑으로 약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정이다.
우정이 선율처럼 흐르는 삶을 살던 맥켄지는 1895년 여름, 열병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사랑했던 친구의 나라 조선 땅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왜 힘든 조선 땅에 일부러 와서 고생만 하다 죽느냐?”고 묻겠지만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조선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우정이 무엇인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힘들다고 떠나갈 때 혼자 뚜벅뚜벅 사랑을 가지고 찾아오는 것! 그것이 바로 우정이다.
‘너와 나’의 관계에서 고통과 아픔이 있게 되는 이유를 너무 자세하게 찾을 필요가 없다. 그 고통과 아픔이 슬기롭게 극복되는 과정만 잘 통과하면 삶에서 귀한 우정을 선물 받게 된다. 맥켄지는 죽었지만 그의 아름다운 삶은 한국인의 마음에 영원히 이채로운 꽃처럼 기억될 것이다. 우정이 무엇인가? 고통과 실천과 희생의 터전 위에 만개하는 꽃의 아름다움! 그것이 바로 우정이다. .<상처는 인생의 보물지도> 이웃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