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안편지(504) - 자수를 했습니다
존경하는 이한규 목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처음으로 용기를 내 편지를 보냅니다.
저는 현재 00교도소에서 있는 000이라고 합니다
서울구치소에서 출발해서
00구치소, 00교도소를 거쳐 이곳에 와 있습니다.
지은 죄가 많아 이곳에 들어왔지요.
서울 강남에서 정상적인 금융회사를 해서 잘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투자했던 기업에서
자금을 못 주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엉키게 됐습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함에,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문제를 가렸고 일명 ‘돌려막기’를 했습니다.
결국 일은 쉽게 해결하지 못했고
제 회사의 펀드는 큰 손실을 일으켰습니다.
사옥도 팔고, 살던 아파트까지 팔며 손실을 메웠지만
전체를 감당할 순 없었습니다.
잘못한 것을 뒤늦게 되돌리려 했지만
이미 거짓은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자수를 했습니다.
서울구치소에서 자책의 날들을 보낼 때
우연찮게 월간새벽기도를 만났습니다.
신앙인인 줄 알았던 제가
종교인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신앙의 탈을 쓴 기복으로 예배에 참석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관념적 신앙은 갖고 있었으나
실체적 신앙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세상의 쾌락에 물들어 버렸고
살아내야 한다는 명분에 갇혀
세상 논리에 지배받았습니다.
저는 수치심을 느낍니다.
하나님께 온전히 살겠다는 고백은 어디로 가고,
죄로 넘어지면서도 합리화했던
그 교만의 나는 과연 누구인가,
원래부터 이런 놈이었던 것인가...
“월새기”는 빛과 같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빛이 월새기를 통해
저를 비춰주셨습니다.
죄와 자책은 어쩔 수 없지만
마른 뼈의 회복을 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영혼의 곪은 곳에 칼을 갖다 대시는
주님의 은혜를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목사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를 회복하게 도와주셨습니다.
이 죄인에게 하나님께서 회개의 마음과 용서의 은혜,
새 삶에 대한 격려를 주심을 알게 됐습니다.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주님 본의에 맞춰
묵상하게 되고 생각합니다.
하루라도 말씀을 읽지 않으면,
월새기 큐티를 하지 않으면 갈급함을 느낍니다.
목사님,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역을 감당하시는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지금은 도움이 못되는 처지이지만
출소하면 반드시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런 말도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저 또한 허언이 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 중입니다.
저는 사업을 통해 다시 재기를 해야겠지만
하나님 앞에서 올바르고 정직하게 서 있겠습니다.
실패해도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넘어지겠습니다.
목사님께서 걸어가시는 길에
주님의 축복이 더욱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종종 마음 담아 편지 보내겠습니다.
아무쪼록 항상 평안하시고 건강하십시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00 0000번 0 0 0 드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