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안편지(464) - 예수님 용서해주십시오!
"교도소에서 운동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갇혀 있음에서 잠시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갇혀 있는 삶을 사는 나 같은 수용자에게
운동 시간은 마음의 자유까지도 허락받는 시간이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교도소 운동장이지만
이 안에서도 나는 지극한 하나님의 창조의 손길을 느끼곤 한다.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수용자들에겐 저마다 한두 가지의 깊은 상처가 있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꼭꼭 숨기고 싶은 상처가 있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말하지 못한 추한 죄가 있다.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 보면 완전히 끝나버린 인생인데
뭘 더 숨길 게 있는가 싶겠지만
나는 여전히 주님의 은혜가 아니면
어찌하지 못하는 죄인 중의 죄인일 뿐이다.
나는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고
3일 밤낮을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은 채
내 죄를 토로하기 시작했다.
3일째 되던 날 새벽,
교도소에서 파는 푸른색 노트에
내 죄들을 적어 보기로 했다.
누군가 내 손을 잡고 내달리듯
무서운 속도로 써 내려가는 것 같았다.
부끄러워서 그저 노트 안으로 숨고만 싶었다.
어찌 그리도 많은지
어느새 내가 지은 죄들이 노트를 가득 채웠고
그만큼 눈물을 흘렸다.
내가 수용된 3층의 사동이 떠나갈 듯이 외쳤다.
예수님 용서해주십시오!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 부끄러움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바닥에 깔고 앉아 있던 관모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용서해달라고 소리쳤다.
옆방에서 나더러 미쳤냐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야간 담당 근무자까지 달려와 나를 제지하기까지 했다.
터져 나오는 소리를 손으로 겨우 막은 채
꺼이꺼이 울며 그 새벽을 보냈다.
그러나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잃지 않을 때
하나님은 내 능력 이상으로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셨다.
징역생활과 신앙생활을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신앙고백이다.
좁은 곳에 갇혀 살다 보니
수용자들은 작은 것에 마음이 상하고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인내를 배우게 하시며
작은 고난을 배우게 하신다.
비록 육체는 땅에 살지만
내 진정한 신분은 하늘에 속한 사람이다.
내가 지은 죄라서 특히 이 땅에서 우리는 나그네요
순례자라는 말이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예수님을 영접한 뒤 깨달은 것은,
내가 죄를 지은 사실도 예수님에겐 큰 슬픔이겠지만
예수님을 믿지 않은 것이 예수님에겐 더 큰 아픔이겠구나 하는 것이다.
헛되고 헛되다. 라는 솔로몬의 고백처럼
나에게 이제 세상 모든 일은 헛되어 보일 뿐이다.
나에겐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중요하다.
형제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는 것,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 같은 밑바닥의 삶도 하나님은 말씀과 은혜로 새롭게 만드셨다.
그러니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하나님 앞에만 나오면 된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내가 증오의 감옥에서 나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주었을 때
회개할 수 있었던 것 같이
미움의 방에 혹은 슬픔의 방에 있다면 이제 그만 나오길 바란다.
마음의 감옥에 있는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주시는 예수님을 꼭 소개해주고 싶다.
어떤 형제가 새가 되어 15척 담장을 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내가 해 준 말이 있다.
지금 이 시간은 우리를 정금처럼 만들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다.
역경과 고난은 과정일 뿐 우리의 열매는 분명 승리임을 믿는다.
지금도 매일 다짐하고 회개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고통과 가족들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것과
내 무거운 형량을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하나님 안에서는 자유하지만 바울에게 허락하신 육체의 가시처럼
피해자들을 향한 괴로움의 심정은 매일 생살을 찢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그것은 나를 교만하지 않게 하는 하나님의 선물이기에 그 또한 감사하다.
나는 오늘도 하나님께 기도한다."
하나님!
오늘도 영적인 생명과 육적인 생명을 이어 가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속해 있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여
아버지께 영광 돌리는 제가 되게 해주세요!
아버지, 영광받으소서 할렐루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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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