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안편지(722) - 믿음이 싹트게 된 시발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면식도 없는 제게 흔쾌히 소중한 도움을 주시고
저같은 사람에게도 편지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자기애가 너무 강했고 제가 아닌 모든 것을 의심하며 살았습니다
모든 걸 부정하지 않으면 제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강박적인 의심과 부정 속에서 지냈습니다
마음 한켠에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이것 외엔 제 몸을 지킬 방법을 알지 못하던 제게는
의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제일 친한 친구들과
평생 절 위해 희생한 가족들마저 의심하는 지경에 다다랐고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죽지 못하고...
이렇게 구속되었습니다
이곳에 들어와서도 오랫동안 제 의심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제 안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증명하듯
저의 비사회성으로 사람들과 다퉈 징벌방을 오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보통의 경우였다면 오래 징벌방에 갇혀있어야 했지만
교도관 분들의 배려와 사랑이 제 마음에 믿음이 싹트게 된 시발점이었습니다
지금은 제 모습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르겠습니다
제 인생 중에 단 한번도 없었던 엄격한 통제에
기꺼이 순응하며 생활하고 있고
이제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이 저와 함께하고 계셨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필요할 때 사람을 보내셨고 필요할 때 말씀을 보내시면서 말입니다
죽기보다 싫었던 인생이지만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수록
제 안이 조금씩 채워져 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아직도 제가 이 긴 시간을 모두 견뎌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채로 생활하고 있습니다만
하나님께서 절 위해 준비해 두신 은혜와 인연들이 거듭될수록
제 인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얘기가 조금 길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매달 새벽기도 책을 받아보면서
어떻게 보답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다음에 이 편지의 답장을 주신다면
제가 돌려드릴 수 있는 일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환절기인데 건강 조심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죄인 0 0 드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