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10장 11-16절
11 둘째 해 둘째 달 스무날에 구름이 증거의 성막에서 떠오르매 12 이스라엘 자손이 시내 광야에서 출발하여 자기 길을 가더니 바란 광야에 구름이 머무니라 13 이와 같이 그들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것을 따라 행진하기를 시작하였는데 14 선두로 유다 자손의 진영의 군기에 속한 자들이 그들의 진영별로 행진하였으니 유다 군대는 암미나답의 아들 나손이 이끌었고 15 잇사갈 자손 지파의 군대는 수알의 아들 느다넬이 이끌었고 16 스불론 자손 지파의 군대는 헬론의 아들 엘리압이 이끌었더라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라 (민수기 10장 11-16절)
<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라 >
이스라엘 백성이 이동 준비를 마치고 증거의 성막에서 구름이 떠올라 시내 광야를 출발한 때는 출애굽 2년 2월 20일이었다(11-12절). 출애굽 후 1년 1개월 5일이 지난 때를 출발일로 잡은 이유는 출애굽 2년 1월 15일에 제1유월절을 지키고 그때 유월절을 지키지 못한 사람을 위해 1개월 후인 출애굽 2년 2월 15일에 제2유월절을 지킨 후 며칠 지난 적절한 시점이기 때문이지만 더욱 핵심적인 이유는 구름이 성막에서 떠오른 것을 하나님의 출발 명령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내 광야에서 출발해 구름이 머문 바란 광야에 도착했다. 바란 광야에서 더 북쪽으로 가면 가데스바네아가 있고 가데스바네아에서 더 북쪽으로 가면 가나안의 최남단 땅인 브엘세바가 있다. 바란 광야에서 바로 북진하면 가나안 땅에 도착하지만 그들의 불신적인 태도로 인해 시내 반도 곳곳의 광야를 옮겨 다니며 약 38년을 방황했다. 약 38년이 지난 하나님의 시간까지 기다리면서 이스라엘 백성은 좋은 병사로 훈련되어 가나안 정복 전쟁을 능히 수행할 수 있었다.
복음서에서 제자들이 종종 예수님께 표적을 보여 달라고 한 것은 단순히 기적을 보여 달라는 것 이상의 뜻이 있었을 것이다. 진리를 사모하는 마음이 클수록 진리와 거짓의 경계가 뚜렷하길 원하고 천국 역사도 뚜렷하게 나타나길 원한다. 그러나 열정만 가지면 진리의 실체를 깨닫는 시간이 더 늦어질 수 있다. 열정적인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겸비한 가운데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면 진리가 어느덧 실체를 드러낸다.
2차 세계 대전 때 한 유대인 수용소에는 이런 간판이 붙어 있었다. “여기에는 하나님이 없다.” 지금은 그 하나님이 없는 곳이 오히려 없어졌다. 시간이 지나면 “하나님이 없는 곳은 없다.”라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다. 지금 하나님이 없게 보여도 때가 되면 하나님이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기에 그리스도의 좋은 병사로서 최종적인 승리 때까지 하나님의 시간을 넉넉히 기다리라.
< 명령과 질서를 존중하라 >
이스라엘은 행진할 때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행진했다(13절). 어떤 순서로 행진했는가? 가장 앞서 행진한 선봉대는 전체 군대보다 3일 길을 앞서 갔던 여호와의 언약궤를 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선봉대 다음으로 이스라엘의 12지파 중 동쪽의 유다 자손 진영의 군기에 속한 자들이 행진했다(14-16절). 그런 식으로 약 40년의 질서 있는 행군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감정적인 흔들림이 점차 줄어들고 의지적으로 굳건해졌을 것이다.
진리는 감정에 기초하지 않는다. 흔히 언급되는 진리의 적 두 가지는 ‘정도 이하로 믿는 것’과 ‘정도 이상으로 믿는 것’이다. 불신은 전자의 죄악이지만 미신은 후자의 죄악이다. 감정적이고 주관적이고 체험적인 믿음을 무조건 무시하지도 말고 너무 신봉하지도 말라. 감정적 믿음에 사로잡혀서 성경적이고 공동체적인 객관적 믿음에서 이탈되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의 말씀과 공동체의 거룩한 질서를 힘써 존중하라.
이스라엘은 약 40년의 광야 행군을 통해 노예 백성이 강한 군대 조직으로 거듭났다. 가나안 정복 전쟁에서의 연전연승은 하나님의 도우심 때문이었지만 광야 행진을 통한 훈련 과정의 결과물로서 일사불란한 행진을 통해 강한 군사 조직이 된 것도 큰 원인이었다. 그것은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한 평소의 꾸준한 훈련이 매우 중요함을 잘 보여 준다.
세상은 전쟁터와 같다. 성도는 따뜻하고 온유하면서도 사탄의 진을 깨뜨릴 용기와 담력을 얻기 위해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사랑하고 양보하는 삶을 무조건 져 주는 삶으로 오해하지 말라. 정당한 경쟁에서 최선을 다해 이기라. 특히 사탄과 세상과 자기와의 영적인 전투에서는 더욱 승리하는 그리스도의 좋은 병사가 되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